종종 페이스북을 합니다. 폐쇄형으로 오프라인에서 아는 분들하고만 SNS를 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 저는 오픈형으로 SNS을 사용합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와는 다른 업종의 일들도 리서치하기 편하고,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올리는 정보들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한 광고 회사 대표님께서 페이스북에 짧지만 의미 있는 글을 올리셨습니다. “의사와 변호사는 ‘선생님’인데, 같은 ‘사’자 돌림이면서 광고 회사는 왜 ‘을’이냐?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고민해서 실행에 옮기는 건 같은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부분인데도, 그날따라 이상하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반나절 동안 충분히 생각이 정리된 후에, 댓글로 써보았는데 내용이 길어져서, Punch Log에도 아래 기록으로 남깁니다.
전자(의료, 변호)의 경우는 ‘생물학적’, ‘사회적’ [사망/아픔/실패/소멸]에 관련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후자(광고)의 경우도 안 하고, 못하면 언젠가는 (‘기업’ 혹은 ‘브랜드’가) 병들고 죽지만… ‘당장’은 죽는다는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자는 “선생님! 억만금이라도 드릴 테니 제발 좀 살려주십시오. 고쳐주십시오!” 하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부탁’을 하게 되지만, 후자는 “다음 3번 참가자! 당신에게도 돈을 줄 테니, 어디 함해보세요!”라는 심사위원의 입장으로 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심사위원이라도, 필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무척 힘든데, 심사위원석에서 보면 피똥 싸며 준비한 것들도 웬만하면 시시하게 보여서 더 ‘을’ 대접을 하는 것 같습니다.
후자가 전자처럼 되려면, (잘 되는 ‘기업’과 ‘브랜드’를 더 잘 되게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누가 봐도 이제 곧 죽을 수밖에 없는 망해가는 ‘기업’과 ‘브랜드’를 크리에이티브 한 콘텐츠로 잘 돌파한 사례를 ‘아주 많이’ 만들어내는 것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싸 들고 와서, “제발 좀 우리 회사를 브랜드를 살려주십시오~ 선생님!”이라고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한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성공한 건강보조식품이나 헬스케어 업계 분들이 ‘돈’은 잘 벌더라도 의사/변호사들처럼 선생님 대접을 못 받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합니다. 지금의 광고는 건강보조식품 내지 헬스케어 종사자 같습니다.) …업의 관점을 바꾸는 건 시간도 운도 필요한 일인 것 같아, 몇 사람의 힘으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고, 하늘도 도와야 하고,여러 가지 타이밍도 맞아야 할듯듯합니다.
그럼에도 망하기 직전의 ‘기업/브랜드’를 창의적 콘텐츠로 살려낸 사례가 많이 쌓이고, 그런 사례들을 지속적으로 실행한 조직이 된다면, ‘심사위원’처럼 내려보며 다가오는 클라이언트가 아닌, 환자처럼 간절하게 올려보며 다가오는 정중한 ‘의뢰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멸할 수밖에 없는 대상을 창의력으로 살린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도, 약을 거부하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어떻게든 그 사례를 쌓지 않으면, 광고는 영원한 ‘을’일 것 같습니다. 만약에라도 운이 좋아 쌓게 된다면 ‘뛰어난 명의’와 ‘‘승률 높은 변호사’ 뺨칠 만큼 선생님 대접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