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GO]의 놀라운 성공을 두고, 많은 분들이 ‘AR’을 차용한 게임이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포켓몬’이 압도적인 IP이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씀하신다.
상당 부분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드는 의문은 [포켓몬 GO]의 성공에 있어, ‘좋은 IP가 과연 전부인가?’ 싶은거다. [포켓몬]이 1996년 ‘게임’을 시작으로, TV/극장판 만화, 책, 공연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PPL에서도 인기를 끌 만큼 매혹적인 IP인 것은 틀림없다.
[포켓몬 GO]가 나오기 전, ‘포켓몬’ IP의 내적 코드를 쪼개보자면, ’애완동물 기르기’, ‘곤충채집 하기’, ‘딱지 치기’를 기반으로 한, (베스트셀러 콘텐츠에는 다분히 들어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 ‘성장(진화)’, ‘모험’, ‘대결’이라는 3가지 코드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는 코드에, 친숙하고 귀엽고 호감가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매력까지 더해지니, 매체를 불문하고 확장하는 콘텐츠마다 ‘흥행’을 했고, 단일 IP의 규모라고 하기에는 말이 안될만큼 엄청난 ‘50조원 이상’의 세계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드는가?>가 콘텐츠 제작의 프로세스라면, ‘무엇’에 해당하는 IP에 있어 [포켓몬]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 “이만한 세계관을 갖춘 IP가 과연 없었나?” 생각하면 그건 글쎄 아니올시다 싶은 거다. 탄탄하고 매혹적인 캐릭터 라이센스와 IP는 이미 상당히 존재했다. 우리나라 웹툰/웹소설만 보더라도, 탐나는 IP는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이미 괜찮은 ‘내용’을 담은 IP가 상당히 존재했음에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형 ‘알파고’때처럼, 한국형 ‘포켓몬 GO’ 개발 기사를 보기는 정말이지…;;; 레퍼런스를 빨리 모방해서 릴리즈 시키는 건 이젠 중국이 몇 수 위 아닌가?)
<PC/모바일 게임>이라는 제한된 ‘형식’을 정해놓고, 그 형식 안에서 업체들이 박터지게 싸우며, ‘내용’만을 (선정적이라 할지언정 유료/결제가 잘되도록) 개선하는데 치중하다보니, <매출>을 위한 과금결제 시스템/아이디어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정작 새로운 ’형식’이나 파격적인 ‘시도’는 나오기 힘들어진 게 아닐까?
[포켓몬 GO]의 성공에 있어, 좋은 IP(지적재산권)의 확보가 큰 요인이라는데는 동의하지만, 그 내용(IP)이 사용자들의 게임체험을 극대화시키는 적절한 ’형식(AR)’과 잘 결합했기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게 아닐까? [포켓몬 GO]는 좋은 ‘내용(IP)’이 적절한 ‘형식(AR)’과 결합하였기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그 형식(AR)이 굉장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업계에서는 ‘AR’을 마케팅/프로모션으로 쓸만큼 썼다고 생각했고, ‘VR’이 이슈화되자, 대중과 업계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지기까지 했던 형식이었다. 한물간 형식이라 생각했지만, 좋은 세계관을 가진 (그 형식을 극대화할 수 있는) IP와 결합하자, 혁신을 이뤄냈다. 이후, 구글 글라스등과 결합한다면 훨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낳을거라 생각한다.
[포켓몬 GO]의 성공을 바라보며, 21세기 초반까지는 ’IP 스토리텔링’의 시대일거라 확신하지만, 21세기 중반부터는 ‘IP 세계관’ 싸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좋은 세계관을 만들고, 적절한 형식으로만 구현해내면, ‘스토리’는 유저들이 알아서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는 저절로 ‘이슈’가 된다. ‘속초 버스 매진’이 비단 지나가는 에피소드는 아닐 것이다.
유저들이 만들어내는 ‘인터랙티브 스토리’가 대세가 된다면, 결국 ‘세계관’ 싸움이다. 누가 더 매력적인 세계관을 만들 것인가? <영화/애니메이션>도 지금은 예술 영역으로 대우받지만, 그때가 된다면 그 세계관을 [프로모션]하는 ‘PR 콘텐츠’의 한 영역으로 바뀌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일방적으로 어떤 세계를 바라보는 것’과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체험하는 것’. 둘 중 강력한 것은 당연히 후자이고, [포켓몬 GO]는 탄탄한 IP와 한물간 형식이라 치부되던 AR을 통해서 결국 해냈다. …속초행 버스를 예매하는 모든 유저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