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델피가 연출한 <2 데이즈 인 뉴욕>을 극장에서 관람하고는 상당히 놀랐다. 프랑스 여배우 출신 어드밴티지를 떼고서라도, 누가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호평을 받았을 근사한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었다.
뉴욕을 배경으로, 수다왕 ‘우디 알렌’ 할아버지 저리가라할 정도로, 왕성한 ‘수다 소동극’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는데, 거대한 담론도, 크게 요란한 설정도 없다. 재혼한 ‘줄리 델피’의 집으로 파리에 사는 프랑스 가족들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다.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웃고, 떠들고, 오해하고, 질투하고, 저주하고, 다시 화해하며 수다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나자 찾아오는 정적의 순간. 그 시간이 비로소 선사하는 통찰의 마법을 ‘줄리 델피’는 섬세하게 담아낸다.
수다 사이사이마다, 시끌벅적한 영화의 분위기가 가끔씩 전환되며, 감각적인 이미지들을 쏟아내는데, CG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고전적인 수법으로도 매력적인 이미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줄리 델피’는 증명해낸다.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3부작>에 ‘에단 호크’와 각본으로 참여하며, 수다 로맨스 영화의 결정판을 선보였던 ‘줄리 델피’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를 시작으로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선보여 왔다. 명감독들과 작업하며, 어느덧 내공은 풍부해졌고, 4번째 연출작 <2 데이즈 인 뉴욕>에 이르러서는 누가 봐도 매력이 넘치는 깨알같은 명작을 만들어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한정되어 있다. 일주일을 보더라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분 1초 그 모든 순간이 즐거울 순 없다. 각종 관계들 속에서 피로감도 들고, 견뎌내어야 할 시간들도 충분히 많다. 그러나 그런 바쁜 와중에 가끔씩 찾아오는 ‘오아시스’ 같은 고요한 돌고래 시간. 그 사유의 기쁨 속에서 기꺼이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줄리 델피의 <2 데이즈 인 뉴욕>은 그런 삶의 시간들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본인이 연기한 주인공의 입을 빌어, 마지막에 살아내며 겪어온 시간들의 통찰을 나레이션으로 진솔하게 풀어낸다. 유쾌한 에너지와 고요한 통찰의 시간을 모두 선물해 준 근사한 영화였다.
그녀의 다섯 번째 연출작이 몹시 기대된다. 배우로써도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앞으로는 연출자로써의 ‘줄리 델피’의 작품도 기꺼이 극장으로 달려가 볼 것 같다. <2 데이즈 인 뉴욕>을 추천 한다.